마음의 양식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인디언 연설문집)-시애틀 추장 외/류시화엮음

엔젤트럼펫 2022. 12. 29. 11:12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판단 말인가?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햇살 속에 반짝이는 소나무들, 모래사장, 검은 숲에 걸린 안개, 눈길 닿는 모든 곳, 잉잉대는 꿀벌 한 마리까지도 우리의 기억과 가슴속에서는 모두가 신성한 것들이다.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얼굴 흰 사람들은 삶의 기준을 돈에다 두고 있으며, 진실과 거짓조차 돈 앞에서 그 위치가 뒤바뀐다. 죽음 앞에서도 진실을 말하는 우리 인디언들과 사뭇 다르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진리에 대해 잘 설명하고, 진리가 적혀 있다는 책을 늘 지참하고 다닌다. 그러나 그들만큼 진리와 동떨어진 행동을 하는 자들도 없다. 만약 인디언 부족 내에 그런 자가 있었다면 당장 부족 밖으로 추방당했을 것이다.

 우리는 진리의 책이라는 것을 가져 본 역사가 없으며, 누가 어떤 진리를 말했다고 해서 그것을 책에다 적어놓고  찬양하고 다니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삶이 곧 진리이며, 진리가  곧 삶이다. 진리로부터  멀어진 삶은 죽음이며, 그런 삶을 사는 자에게는 진리의 책도 아무 소용없다.

 대지는 모든 인간의 어머니이며, 모든 인간이 대지 위에서 살아갈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 자유롭게 태어난 사람을 울타리 안에 가두고서 그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자유를 막는다면 그 사람은 행복할 리 없다. 그 사람에게 행복을 강요한다면 강물을 거꾸로  되돌리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말을 마구간에 매어 놓기만 한다면 그 말이 야생의 생명력을 갖겠는가? 인디언을 '보호구역'이라고 이름 붙인 비좁은 공간 안에 가두고  그곳에서 살기를 강요한다면 어떤 인디언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인디언도  삶을 누리지 못할 것이며,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자연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악한 자가 될 수 없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세상의 근본이  무엇인가를 배워 왔기 때문이다.

 홀로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갖지 못한 사람은 그 영혼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린다. 그래서 인디언은 아이를 키울 때 자주 평원이나  삼림 속에 나가 홀로 있는 시간을 갖도록 배려한다. 한두 시간이나 하루 이틀이 아니라 적어도 열흘씹  인디언들은 최소한의 먹을 것을 가지고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장소로 가서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얼굴 흰 사람들은 그것을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한 인간이  이 대지 위에서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자기확인 과정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인간은 신  앞에서 겸허해진다.  자연만큼 우리에게 겸허함을 가르치는 것은 없다. 자연만큼 순수의 빛을 심어 주는 것은 없다. 자연과 멀어진 사람들은 문명화되는  속도만큼 순수의 빛을 잃었다.

 삶의 근본적인 가르침이 태초에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 주어졌다. 모든 창조물들은 여전히 그 삶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나무와 그 나무가 맺는 열매들은 그 가르침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조금도 어김없이 정해진 계절에 정해진 열매를 맺는다. 동물들도 그 법칙을 어기는 적이 없다. 그들 역시 여전히 창조되었을 당시 그대로 살고 있다. 모든 창조물들 중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삶의 가르침은 어떻게 되었는가? 인간만이 그 근본 가르침에서 벗어나 다른 생명들을 파괴하고 있다.

 삶은 신성한 것이다.그것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거대한 원과 같다. 그 원을 파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