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

수상록(몽테뉴)

엔젤트럼펫 2006. 12. 12. 15:29
 

인간이란 참으로 놀랍게도 헛되고 가지각색이며, 변하기 쉬운 존재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그 어떤 견실하고도 공정한 판단을 기대하기란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 얼마나 속이 타는지를 말할 수 있는 자는 미적지근하게 속을 태우는 것이다.


싫증이 나도록 마음껏 누리는 열정은 대수롭지 않고 평범한 정열일 따름이다.


무위(無爲)는 언제나 방황하는 정신을 낳는다. -루카누스-


현재에 만족하고 있는 정신은 미래의 일에 번민하기를 꺼리리라. -호라티우스-


강한 상상은 사실로 화한다.


나는 자연에 일임한다. 그리고 자연은 육체의 구조가 파괴되는 일을 피하고 있으므로, 이 구조를 지속하기 위해 자기에게 닥치는 공격을 막아낼 이빨과 발톱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고귀한 일이 위험 없이 이루어지는 예는 없다.


나는 절도 있는 중용심을 좋아한다.


매일 새로운 공상이다. 그리고 우리의 기분은 날씨의 변화에 따라서 움직인다.


확고한 법칙과 지침을 머리 속에 결정하며 수립해 놓은 인간에게는 균형 있는 습성과 질서와 사물들 상호간의 일관된 관계가 그 인생을 통해 빛남을 목격할 수가 있으리라.


자기 인생 전부에 하나의 명확한 목표를 수립해 두지 않는 사람은 특수한 행동을 처리해 나아갈 방도가 없다.


고문의 발명은 위험한 제도이다. 그것은 진실의 구명(究明)이기보다는 인내심의 시험이다.


자신에게 전념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자기에게 만족하는 일로 보이며, 자기를 항상 발견하고 실천하는 일은 자기를 총애하는 행위로 여겨진다.


불확실성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고 인간보다 더 가엾고 오만한 것은 없다.


우리는 쓸데없고 해로운 기질 때문에 비대해지기가 쉽다.


그리고 우리는 장구한 평화에 병이 들었다. 무기보다도 더 불길하게 방탕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우리는 항상 살기를 다시 시작한다. 우리의 학습과 욕망은 때로는 늙음을 자각해야 할 일이다. 우리의 한 발은 무덤 속에 있는데 욕망과 추구는 계속해서 생긴다.


우리에게 가장 알맞은 일은 우리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들이다.


사람들은 변변치 않게 한 행동의 영예와 미를 그 효과를 가지고 따지며, 행동이 유익한 일이면 제각기 그 일을 해야 된다고 여기고, 그 행동은 각자에게 명예로운 일이라고 하며,

 온갖 사물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두루 적합하지는 않다.

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 결론짓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인간을 꾸민다. 그러나 나는 인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전적으로 잘못 만들어진 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표현한다.


나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것을 하고 싶은 대로 실컷 하지는 못하나, 다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늙어가며 좀더 과감해진다. 왜냐하면 습관은 이 나이에 횡설수설하며 경솔하게 이야기하는 자유를 더 제공하는 듯하다.


다른 사람이 칭찬해 주는 것이 도덕적 행동의 대가라고 생각하는 일은 그 근거가 너무나도 불확실하고 혼란스럽다. 특히 지금처럼 부패하고 무지한 시대에는 사람들이 좋게 평가해 준다는 것이 오히려 모욕이 된다.


과거의 악덕이 현재에는 풍습이 되었다.


우리가 습성과 생활을 신앙심에 조화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신앙의 실천보다 더 흉내 내기 쉬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본질은 난해하고 비밀스럽다. 그러나 그 겉모습은 모방하기가 손쉽고 화려하다.


침울과 나약은 우리에게 류머티즘에 걸린 비굴한 덕성밖에는 남겨 주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 때문에 우리의 분별력을 변질시킬 정도로 자연적인 변화(늙음)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우리의 양심은 우리 정욕의 약화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이성의 강화에 의해서 그 자체를 바로잡아가야 한다.


노년은 우리의 이마보다도 정신에 더 주름살을 붙여 준다.


필요에 따라서 하나의 진로에 얽매여 지내는 것은 존재이지, 삶 그 자체는 아니다. 가장 훌륭한 영혼은 가장 변화 많고 적응력이 있는 영혼들이다.


자기를 관찰하여 힘차게 부릴 줄 아는 사람에게는, 명상은 하나의 강력하고도 충만한 교훈이 된다.


독서는 특히 여러 가지 재료로 내 사색을 일깨우며, 기억력이 아니라 판단력으로써 일하게 하는 데에 소용된다.


마음은 가장 자연스럽고도 긴장이 덜한 자세가 가장 아름답다. 가장 좋은 직무는 강제성이 가장 적은 직무이다.


빌어온 광채로 빛나기 위해 자신의 광채를 흐려 없애는 일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짓이다. 그녀들은 기교 속에 덮여 묻혀 있다. “미용실에서 방금 나오는 꼴이다(세네카).”


나는 고독을 즐기고 권하지만, 내 생활이 아니라 내 욕망과 걱정을 제한하여 압축하기 위함이고, 외부의 형세로 외로워지는 것도 체념하며, 굴종과 부담을 극도로 회피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 많은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일 많은 것이 싫기 때문이다. 내 사는 곳이 고적한 것은,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나를 뻗쳐서 외부로 성장시켜 준다. 나는 혼자 있을 때에 더 즐겨 국가와 우주의 일에 골몰한다. 루브르 궁전이나 군중들 속에서는 나는 나의 껍데기 속으로 웅크러든다. 군중은 나를 나 자신 내부로 몰아넣는다.


책들과의 사귐은 제 몫으로 항상 꾸준하며, 그 봉사를 얻기가 손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항상 내가 가는 곳 가까이에 있으며, 어디서나 나를 도와준다. 그것은 노년기에, 그리고 내 고독 속에 나를 위로해 준다. 그것은 내가 한가한 때의 권태증의 중량을 경감해 준다. 그리고 어떤 때라도 나로부터 성가신 친구들을 떼어준다. 그것은 나의 고뇌가 극도로 심하지 않을 때에는 고통을 덜어준다. 불쾌한 생각을 잊고 싶을 때에는 책들의 도움을 청하기만 하면 책들은 그런 생각을 손쉽게 흩어주며, 그런 것을 앗아간다.


책들은 내 가까이에 있으며 내가 바랄 때에는 언제든지 쾌락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내 마음은 항상 뿌듯하며 이 책들이 그 얼마나 많은 도움을 나에게 주는지는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 인생길에 갖추고 있는 최상의 장비이다.


모든 은퇴생활에는 산책할 장소가 필요하다. 나는 앉아서 생각하면 그 생각이 잠들어 버린다. 나는 내 다리를 흔들어주지 않으면 정신이 움직이지 않는다. 책 없이 연구하는 인간들은 모두가 그 모양이다.


책은 그것을 선별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유쾌한 소질을 가졌다.


영예와 명성이 따르는 모든 노고는 감내하기가 용이하다.


어떤 고독한 생각에 빠지면 나는 그것을 억제하기보다는 변질시키는 쪽이 더 간단하다고 여긴다. 그 반대의 일을 할 수 없다면 다소나마 다른 것을 거기에 교체해 넣는다. 언제든지 변화는 덜어주고 풀어주고 흩어준다. 그것을 싸워서 이길 수 없으면, 나는 빠져나가며 그것을 피하기 위해 비켜선다. 나는 계략을 사용한다. 장소와 일과 친구를 교체하며, 다른 일과 생각을 품은 사람들의 무리 속으로 달아난다. 그러면 그 속에 휩쓸려서 나는 나의 자취를 상실한다.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피상적인 사소한 모습이나 사정들이고, 본체에서 벗겨져 나가는 헛된 껍데기들이다.


예전에는 인간들이 추행 때문에 고통을 받듯이, 오늘날에는 법률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 자신이 이러한 지식의 추구에서 발견한 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우리가 개인적으로 나약하다는 탓밖에 안 된다. 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언제나 다음에 올 사람을 위해서 또 우리자신을 위해서 자리가 있다. 그리고 길은 다른 방면으로 있다. 우리의 탐구에는 끝이 없다. 그 끝은 저승에나 있는 것이다.

활기찬 정신으로서 그 자체에 머무르는 것은 없다. 정신은 언제나 전진하며 그 힘에 넘치는 일을 한다. 정신은 그 실력을 초월하여 약진한다. 정신이 나가고 밀고 몰리고 부딪치고 하지 않는다면, 그 정신은 절반밖에 산 것이 아니다. 그의 추구에는 한도 없고 형체도 없다.


법률은 흔히 얼간이들이 만들어 놓는 것이고, 그보다도 공평하지 못한 자들이 평등을 매우 꺼려서 만드는 수가 더 허다하며, 어쨌든 항상 허영되고 결단성 없는 존재인 인간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법률보다 더 중대하고도 대폭적으로 이보다 더 다반사처럼 과오를 범하는 것은 없다. 법률이 정당하다고 해서 법률을 지키는 자들은, 어느 누구나 다 바로 지켜야 할 방법으로 지키는 것은 아니다.


한 청년이 자기 정력을 일깨워, 거기에 곰팡이가 끼어 겁쟁이가 되지 않도록 방어하기 위해서는 규칙들을 어지럽혀야 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 명령과 훈련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만큼 어리석고 허약한 생활태도는 다시없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것은 견딜 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생명은 이 세상의 조화와도 같이 순하고도 거칠며, 날카롭고도 평탄하고, 무르고도 장중하여, 그 격조가 갖가지 반대되는 사물들로 단장되어 있다. 음악가가 그 중 어떤 한 마디밖에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는 무엇을 표현하겠는가? 그는 이런 것을 온통 다 사용하며, 혼합해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우리 인생의 공통의 구성 요소인 선과 악을 동시에 취급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생명은 이런 혼합 없이는 존속되지 않으며, 이 두 가지는 똑같이 모두 필요한 요소이다.


영혼이 언짢아진다면 그것은 자기 탓이다.


활동과 관찰성보다 더 권장할 만한 일은 없다. 우리의 생명은 움직임일 따름이다.


“사치가 부유의 권태를 면하려고 한다(세네카).” 남이 즐기는 음식은 싫어하고, 특별한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대단찮은 영혼들이나 자기 사무의 무게에 눌려 지내며, 그런 일에서 온전히 풀려 채워두었다가 다시 포착하여 처리할 줄을 모르는 것이다.


사람노릇을 마땅히 잘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고 정당한 일은 없으며, 이 인생을 자연스럽게 잘 사는 길을 배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학문은 없다. 그리고 우리의 질병 중 가장 야만적인 병폐는 우리의 존재를 비웃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