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

觀海記 1 남쪽바다 (주강현)

엔젤트럼펫 2007. 12. 15. 12:55

신화는 인간에게 환경을 지배할 수 있는 물리적인 힘은 주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신화는 매우 중요한 것 하나를 주었습니다. 그것은 환상이었지요. 환상을 통하여 인간은 우주를 이해합니다. 물론 환상에 불과할 뿐이지만 말입니다. 과학적인 사고관을 가진 우리지만 매우 제한된 정신력만을 사용할 뿐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궂은 일을 하다보면 지문이 닳아 없어진다. 그러나 지문을 영원히 없앨 수는 없다. 민중이 천년을 꿈꾸어온 이상향의 지문도 그대로 남는 법이다. 탐라 백성이 꿈꾸던 이상향인 이어도는 가상공간이며, 4차원의 '사이버 현실'이다. 현실과는 구별되는 '사이버 현실'이지만, 민중은 환상속에서나마 현실을 보고 싶어한다. 이어도는 현실과 환상을 이어주는 '유토피아행 티켓'이다.

 

테우 : 어떤 파도에도 끄떡없는 전천후 다목적 배

자리잡이에 쓰고 있는 테우는 본디 자리잡이에만 쓰였던 배는 아니다. 전천후, 다목적이었으니 해초 채취에도 요긴했다. 바다마을 사람들은 기름진 해초없이는 푸석푸석한 화산토에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해초채취에 테우가 더할 나위 없이 요긴했으니 해초를 그득 싣고 돌아오는 풍경 역시 화학비료에 떠밀려서 저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

 

땅끝은 바다의 끝이다. 몇 해 전 여름날 저녁, 해남 땅끝마을에 가서 알았다. 그리고 그 땅끝에 서서 또 깨달았다. 땅끝에서 돌아서면 거기가 바로 땅의 시작이란 엄연한 사실을, 끝에 가서 문득, 예기치 않았던 처음을 본 것이다. 바다도 마찬가지였으니, 모든 해안은 바다의 끝이면서 동시에 바다의 맨 처음이었다. 끝과 맞물려 있는 시작, 맨 처음과 겹쳐져 있는 맨 끝, 그것은 거대한 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