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

곽재구의 예술기행

엔젤트럼펫 2008. 5. 26. 12:05

변혁기는 지식인에겐 두려운 시기다. 예나 지금이나 지식인에겐 계급이 없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변화를 갈망하되 변혁을 일궈낼 실제적 힘은 모이지 않는다. 변혁을 위해 버려야 할 기득권, 감수해야 할 일정 규모의 희생, 이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들이 처신할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일정 규모의 변혁을 이루되 현실의 틀은 유지하는 것이고, 하나는 아예 변혁의 반대 방향 속으로 침잠하는 것이다. 예술가에게 이러한 시기는 좋은 작품을 창조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갈등과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작품은 결코 위대한 작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이 문학적이든 정치적이든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은 자유다. 시인이라고 해서 어떤 정권의 지지나 거부 의사를 밝히지 말라는 법은 없다.

 

 

     < 사랑 >      장 재인

하루가 저무는 언덕

스러지는 붉은 노을을 보았니?

수고로운 땅을 굽어 보는

사랑의 피빛이지

밤에는 별이

희미하게만 비치는 까닭을 아니?

그것은

한낮의 피곤으로도 못다한 꿈

고뇌를 덮어주고 있단다

아니면 이 밤에도 공장을 지키는 누이의

피곤한 눈꺼풀

드러나지 않도록

가려주는 것이지.

 

  < 별 >    장 재인

별을 알기 전

가득함을 알았지만

별을 알고나서

빈 마음을 알았습니다

 

별을 알기 전

신념의 풍요를 알았지만

별을 알고 나서

풍요는 갈증에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던가 별이 들어온 날

가슴은 별로 가득하였지만

그때부터 한 구석 빈 마음임을

깨달았습니다.

 

별을 알기 전

고요인 줄 알았던 것이

별을 알고 나서 그것이

소용돌이임을 알았습니다

 

   < 들풀 >    장 재인

목숨이 제 목숨이 아니고

명예가 명예가 아니 세상

이름 묻힌 들풀로 살아도 좋다

터럭만큼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꿋꿋한 들풀로 살아도 좋다

 

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용서함의 뿌리로 살아도 좋다

낮에는 해 아래 수고하고

밤에는 별과 쉬며

외로워도 정녕 외롭지 않은 들풀이라야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