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기는 지식인에겐 두려운 시기다. 예나 지금이나 지식인에겐 계급이 없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변화를 갈망하되 변혁을 일궈낼 실제적 힘은 모이지 않는다. 변혁을 위해 버려야 할 기득권, 감수해야 할 일정 규모의 희생, 이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들이 처신할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일정 규모의 변혁을 이루되 현실의 틀은 유지하는 것이고, 하나는 아예 변혁의 반대 방향 속으로 침잠하는 것이다. 예술가에게 이러한 시기는 좋은 작품을 창조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갈등과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작품은 결코 위대한 작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이 문학적이든 정치적이든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은 자유다. 시인이라고 해서 어떤 정권의 지지나 거부 의사를 밝히지 말라는 법은 없다.
< 사랑 > 장 재인
하루가 저무는 언덕
스러지는 붉은 노을을 보았니?
수고로운 땅을 굽어 보는
사랑의 피빛이지
밤에는 별이
희미하게만 비치는 까닭을 아니?
그것은
한낮의 피곤으로도 못다한 꿈
고뇌를 덮어주고 있단다
아니면 이 밤에도 공장을 지키는 누이의
피곤한 눈꺼풀
드러나지 않도록
가려주는 것이지.
< 별 > 장 재인
별을 알기 전
가득함을 알았지만
별을 알고나서
빈 마음을 알았습니다
별을 알기 전
신념의 풍요를 알았지만
별을 알고 나서
풍요는 갈증에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던가 별이 들어온 날
가슴은 별로 가득하였지만
그때부터 한 구석 빈 마음임을
깨달았습니다.
별을 알기 전
고요인 줄 알았던 것이
별을 알고 나서 그것이
소용돌이임을 알았습니다
< 들풀 > 장 재인
목숨이 제 목숨이 아니고
명예가 명예가 아니 세상
이름 묻힌 들풀로 살아도 좋다
터럭만큼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꿋꿋한 들풀로 살아도 좋다
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용서함의 뿌리로 살아도 좋다
낮에는 해 아래 수고하고
밤에는 별과 쉬며
외로워도 정녕 외롭지 않은 들풀이라야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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