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

터치 아프리카(정해종)

엔젤트럼펫 2007. 8. 21. 12:57

아프리카 예술품의 일반적 특성 가운데 하나는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를 사실적으로 모방하는 방식에 의해 표현된 것들이 아니라, 상징적인 표현방식에 의해 신비함을 강조하거나 감정을 다루는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조형물들뿐 아니라 바위에 새겨진 그림이나 공예품들을 막론하고, 아프리카 미술에서 다루는 인간의 육체에는 신체의 각 부분들이 매우 노골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여자의 것이든 남자의 것이든 생식기는 사회에 책임을 다해야 하는 성인의 상징이고 종족의 보존과 흥망을 좌우하는 매우 중대한 것으로, 추잡하고 음란한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육체를 드러내는 조각품들 또한 표현 자체가 사실적이지는 않고 그냥 특징을 단순화시켜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식기까지 드러내고 있는 육체는 오히려 삶의 신비와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그리스 조각상들이 얼굴이 삐딱하다는 것은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인간들의 상황이나 어떤 국면들을 바라봄. 즉 인간들의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일 것이다. 반면 아프리카의 조각상들이 뚫어지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건, 고단한 현실적 삶의 공간을 넘어 초자연적이고 절대적인 신의 세계에 이르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의 반영이거나, 신 또는 조상의 거룩한 손길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사찰이나 교회에서 절대적이고 신성한 존재를 마주 대할 때, 옆을 힐끔거리지 않고 항상 정면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성스러움은 항상 정면으로 오는 것이다.

 

부시먼의 미술은 단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랫동안 단절되어 왔던 소수부족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이를 현대적으로 되살려낸 이들 부시먼들의 예술적 산물들은 단지 예술로서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고 주장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길고도 슬픈 현실 속에서 오랫동안 잊혀져가고 있던 자신들의 문화 업적을 웅변적인 증거로 지탱하면서 후세에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그 작업을 수행해 오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의 숭고한 목적을 가진 것으로, 집단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공동체 지식의 우주적 백과사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